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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경의 열매] 김덕호 (24) ‘1인4역’ 몸은 힘들지만 마음 너무 즐거워
    • 작성일2009/12/02 00:00
    • 조회 9,600

    환경이 나쁘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매주 목요일 신우회로 모여 하나님께 매달렸다. 같은 건물 아래층의 참사랑교회에서도 열심히 기도했다. 원장실에서 혼자 앉아 있으면 기도의 열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6개월쯤 지나자 변화가 있었다. 환자들이 점점 늘더니 나중에는 감당 못할 정도로 몰려왔다.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마음가짐이란 걸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나를 훈련시키기 위해 그 같은 일을 겪게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 강의, 봉사 그리고 개척교회를 섬기는 일이 즐거웠다. 몸은 힘들지만 내가 필요해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하루하루가 기뻤다. 이때 봉사단체 ‘선한이웃회’를 조직해 체계적으로 봉사했다.

    개원하고 2년이 지났을 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내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덕호야. 할배는 니가 목사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 교수를 지내고 네 병원을 시작했으니 달란트를 잘 활용해라. 할배가 못 다한 일을 맡긴다. 노인복지를 잘 하거라. 나는 작게 했지만 너는 정식으로 크게 능력껏 해봐라. 할배가 그렇게 기도해 왔다.”

    할아버지는 우리 집안에 처음 복음의 문을 연 분이었다. 내게는 한의학과 봉사의 사명을 전해주신 정신적 스승이었다.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는 길은 무엇일까. 새벽마다 기도하며 답을 구했다. 그 무렵 경희의료원 후배로 가깝게 지내던 손영하 교수가 한의원을 방문했다.

    “형님, 한의원은 어떻습니까.”

    “꽤 잘되네. 하루에 외래 환자가 100명이 넘고, 입원 환자도 좀 되지.”

    “어이쿠, 엄청난 실적이네요. 한의원 건물은 형님 명의입니까.”

    “그렇네. 사실 집안이나 주변의 도움 없이 내 힘으로 지었지.”

    “좋은 일이지만 걱정도 됩니다. 형님은 가문이 넓어 형제들도 많지 않습니까. 누가 와서 도움을 달라면 외면할 수 없겠지요?”

    “사실은 사업하는 이복동생을 위해 이미 이 건물을 담보로 큰 액수를 빌려주었네. 다른 동생들도 부탁해 온 것이 있고.”

    “형님 성격이 베풀기 좋아하시니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자칫 재산도 날아가고 형제간에 우애도 상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차라리 의료법인으로 전환하시지요.”

    의료법인은 공익법인으로 모든 재산을 출연해야 한다. 세금은 별 혜택이 없고 주무관서에 의해 감시 감독을 받아야 한다. 나 혼자만 생각한다면 의료법인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었다. 기도를 했다. 확신이 생겼다.

    ‘어차피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인데, 내 이름으로 가지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히려 욕심만 커지고 유혹을 받을 것이다. 주님이 주인이신 공익병원을 만들어 국민들을 진료로 섬기는 것이 유언을 지키는 길이고, 하나님도 기뻐하는 일이다.’

    아내와 아버지의 동의가 필요했다. 재산의 절반은 아내 몫이니 아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아버지가 반대한다면 오히려 집안에 평지풍파를 불러올 수 있었다.

    정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