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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치유♧ (本) 치료
    • 작성일2012/02/09 00:00
    • 조회 7,094

    본(本) 치료

     

    글 김덕호

     

     

    “베르나르가 옳았다. 병균이 문제가 아니다. 전적으로 신체내부의 건강상태에 달려있다.”

     

    이 말은 파스퇴르가 죽기 직전 학문의 길은 같이 가고 있었지만

    질병에 대한 관점은 서로 정반대였던 동료의 이름을 거론하며 유언으로 남긴 유명한 말이다.

     

    프랑스 출신 루이 파스퇴르는 19세기 뛰어난 미생물학자로서 균을 찾아내고

    그 균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는데 평생을 바쳤다.

    감염병과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을 확인한 업적이 실로 크다.

    그런 그가 자신의 연구 방향이 순서가 잘못되었음을 고백한 듯하다.

    의학에서는 참으로 중요하고도 실제적인 문제이다.

     

    병균을 억제하고 죽이는 물질을 찾는 것보다

    인체내부의 면역력(방어력, 저항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고 더 중요하다는 표현이다.

    실례로 감염성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병원균 억제보다 면역력 증강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한 연구실에서 전염균을 배양하기 전에 연구자들에게

    체력과 면역력을 증강시킨 후 연구에 들어가게 했는데

    그 결과는 배양과 실험과정 중에 감염된 다른 연구소와는 달리 한명도 균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면역성에 대해 작업 전 특별한 조치 없이 평소 하던 대로 작업한

    다른 연구실에서는 감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똑같은 병원균의 노출이라도 내부면역력의 정도에 따라

    감염의 여부가 있게 된다는 매우 중요한 사례이다.

     

    우리 몸속이나 주위에 항상 균이 득실거린다 하더라도

    면역력이 강한 신체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다시 말하면 세균의 침입을 질병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물리치는 것이

    치료의 전부라고 여기는 “세균질병설”이 지금까지도

    서양의학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을 지금 파스퇴르가 본다면 크게 애석해 할 것이다.

    뛰어난 관찰력을 갖고 균지향적인 업적으로 과학, 의학, 농학, 산업분야에 부흥을 일으켰지만

    파스퇴르가 남긴 이 유언은 일종의 양심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의학의 주류가 되진 못했지만

    다시금 반성의 기류가 커지고 있음은 다행이다.

    하기야 항생제 등 항균 신약들이 병균을 억제하는데

    효과는 주지만 뒤에 이어서 나타나는 부작용에다

    면역력은 오히려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는 보고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 하겠다.

     

    이에 반해 클로드 베르나르는 환자의 신체내부 환경에 따라

    질병이 발생한다는 “내부환경설”을 주장하여 설득력을 갖게 한다.

    면역력을 키우고 자기관리를 잘해서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라는 이론이다.

    질병균은 원래 늘 체내에 존재하지만 내부면역 환경이 좋고 건강하면

    유해균이 무해균으로 바뀌거나 균의 병원성이 힘을 쓸 수 없다.

    반대로 면역환경이 나빠지거나 약해지면 병원성이 있는 균은 곧바로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무해균조차도 병원성으로 돌변하기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파스퇴르와 베르나르의 질병관이 서로 다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표(標)와 본(本) 치료 이론이 한편 두 학자의 관점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나무끝” 또는 “밖으로 나타나는” 뜻을 갖는 “표”와,

    “근본” 또는 “본래”라는 뜻을 가진 “본”의 용어에서 이미 어느 정도 개념이 숨어있다.

     

    “표”와 “본”은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일종의 주차(主次) 관계이기도 하다.

    정기(正氣, 면역력 등)와 사기(邪氣, 병원성 등),

    선병(先病)과 후병(後病),병이 내부에 있는 것과 외부에 있는 것 등은 모두 “표”와 “본”의 관계이다.

    인체와 발병요인으로부터 살펴보면 인체의 정기는 “본”이고, 질병을 일으키는 사기는 “표”이다.

    질병자체로 말하면 병인은 “본”이고 증상은 “표”이다.

    신병(新病)과 구병(久病), 원발병(原發病)과 속발병(續發病)으로부터 말하면

    구병·원발병인 선병(先病)은 “본”이고 신병·속발병인 후병(後病)은 “표”이다.

    질병부위로 말하면 병이 하부에 있는 것과 내부에 있는 것은 “본”이고,

    병이 상부에 있는 것과 외부에 있는 것은 “표”이다.

    임상에서는 “표”와 “본”의 관계를 응용하여

    질병의 주차(主次)·선후(先後)·경중(輕重)·완급(緩急)을 분석함으로써 치료방법을 확정한다.

    따라서 《황제내경 소문·표본병전론(標本病傳論)에서 “‘표’와 ‘본’을 알면 백발백중 치료할 수 있는데,

    ‘표’와 ‘본’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망행(妄行)이라 한다.”고 하였다.

     

    위에 설명한 예들 처럼 서로 상대적인 내용들이야 많지만

    특히 정기와 사기를 중심으로 본다면 정기는 “본”이요 사기는 “표”이다.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유지하려고 자기 스스로 조절하는 저항하는

    면역력을 포함한 자연치유력이 정기이고 “본”에 속한다면

    나타나 보이는 증상과 병리적 과정(질병)은 “표”이며

    다시 말해 “본”을 괴롭히는 모든 요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인치료, 전체치료, 종합치료, 자연치료를 지향하고

    섭생을 중요시 하는 점에서는 자연의학과 한의학이 궤를 같이 한다.

    약물투약과 침, 뜸 등 시술행위로 대상질병을 치료하려는 점에서도

    한의학 또한 일면 치표(治標)의 치료의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의학이 치본(治本)의학으로서 자연치유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따라서 내적 생명력을 배양하여 병의 뿌리와 근원까지 치료하는 의학이야 말로

    자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주는 통합의학이 될 것이다.

     

    참의학은 자연에 역행하기 보다는 자연변화에 늘 순응하고

    제철의 먹을거리를 섭취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욕심을 버리며

    바른 생활습관을 갖고 예방과 섭생에 비중을 두게 하여

    내적 치유력을 증강시킴으로써 질병이 저절로 물러나게 하는 치본의학이다.

    이것이 “본” 치료의 요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