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덕호 (28·끝) 신앙 안에서 용서·화해의 정신 깨달아
- 작성일200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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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복지타운을 위해 사 둔 땅에는 1998년 사회복지법인 장수마을을 어렵게 인가받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최고의 시설을 갖춘 3개의 노인전문복지 시설을 2000년부터 순차로 지어 운영하고 있다.
2005년 영주시에서 노인전문요양병원을 세운다고 공고했다. 수탁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우리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리 가문에 베풀어준 시민들의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공익성 있는 기관을 운영해보고 싶었다. 건평 확장을 위한 거액을 부담하기로 하고 열심히 준비한 끝에 수탁자로 선정됐다.
기쁨도 잠시였다. 해가 바뀌자 의료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노인요양병원을 설립하다 보니 모두 적자투성이였다. 운영권을 반납하고 부도를 내버린 곳도 나왔다.
우리라고 뾰족한 해법이 없었다. 개원을 준비하면서 계산을 해 보니 첫해에만 최소 8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시민과의 약속이었기에 우리가 손해 보더라도 되물릴 수는 없었다. 투자를 늘려서라도 1등급의 요양병원으로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내 올 3월 영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을 개원했다. 첫달 1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우리 병원을 찾아준 전국적인 고객망을 동원했다. 사람경영, 사회적 책임경영, 투명경영 등 경영혁신 정신을 직원들에게 불어넣었다. 입원환자와 외래환자가 늘면서 점차 경영이 개선되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조부와 선친이 남겨준 신앙의 유업을 지켜냈다는 생각이 든다.
‘역경의 열매’를 연재하는 중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 병원의 한 환자분이 가정적으로 불행한 일을 겪고 입원해 계셨다. 그분이 주변의 권유로 국민일보에 실린 내 이야기를 읽으셨다. 그분은 우리 집안의 복잡한 이야기에 오히려 위로와 용서의 메시지를 받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예배에도 나오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내가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도 바로 이런 복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 바로 신앙 안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자식들에게도 물질적인 재산보다는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올 7월에는 개인적으로 감회 깊은 일이 있었다. 영주 어머니의 팔순 잔치를 내 힘껏 해드렸다. 친지들 앞에서 영주 어머니를 포옹해드렸다. 선친들께 다 못한 효도를 영주 어머니께 해드리고 싶다.
요즘은 외국인 환자까지 유치하고 싶은 꿈을 꾼다. 한국의 뛰어난 한의학과 영주 일대의 전통 문화, 또 잘 보존된 자연 환경에 신앙의 향기를 더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게 역경과 위기를 이겨낼 힘을 주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 열매를 다시 빚진 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의료복지공동체를 만들어가도록 소망을 주신 이도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찬양한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
정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