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앓이
- 작성일201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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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난 어느 날 5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 진찰실로 안내되었다.
주된 호소증상은 복통이었다.
전날 밤 잠자리에 막 들었는데 갑자기 윗배가 뒤틀리고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워낙 심하여
식은땀을 흘리면서 안절부절 못했다는 얘기다.
「바로 여기예요」 그 부인은 급히 필자의 손을 우측 상복부에다 끌어 당겨 만져보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배가 뻐근하며 아픈데 혹시 암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말이나 행동으로 미루어 보아 침착하거나 조용한 성격은 아니었다.
다급해 하는 부인을 잠시 안정시킨 뒤 병의 경과를 차근차근 물었다.
"이와 같은 복통이 전에도 가끔씩 있었습니까?"「배가 아픈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견딜 수 없는 통증은 처음입니다.」
"통증이 얼마 동안 지속되었습니까?"「정확하게 시간을 잰 것은 아니지만 20분 정도 견딜수 없이 아팠습니다.」
"어제 식사는 어떠했습니까?"
「요즈음 소화도 잘 안되고 밥맛도 없었으며 무엇이라도 먹으면 명치끝이 작 막히는 것 같이 답답했습니다.
어제 아침 점심은 입맛이 없어 우유 조금 그리고 누룽지를 만들어 몇 숟갈 먹었습니다.
저녁은 추석 명절로 과로한 다음이라 애 아빠가 외식을 하자며 중국요리를 조금 먹었습니다.
잠자리에든지 1지간가량 되었을까 말까 할 때 갑자기 명치끝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 하더니
오른쪽 첫배와 옆구리가 심하게 아파 왔습니다.
이어서 때가 뒤틀리는 듯이 아파서 배를 움켜쥐고 땀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바깥양반이 진통제를 사와서 먹었는데도 가라않지 않아 응급실로 갔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여 보니 사람들이 많아 차례를 기다리는 도중에 통증이 가라않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괜찮길래 그냥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통증이 심할 때 다른 증상도 있었지요?"
「통증이 심할 때는 오른쪽 등과 오른쪽 어깨까지 아팠으며 속이 메스꺼워 토하려 했으나 토는 안했습니다. 」
"추석때 지쳤다고 하였는데 교통체증 때문이 었던가 봅니다."
「시댁이 충남 공주여서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켰지만 동서들 때문에 지쳤습니다,」
"대가족인가요? 동서들도 여럿입니까?" 「말도 마세요.
형제들이 많아 동서끼리 마음이 맞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몸으로 고생하는 것이야 조절하번 되지만 마음고생은 쉽게 없어지지 않네요.
제가 맡동서 이거든요.」자세한 질문을 하면서 진찰 및 검사를 한 결과 담석증이었다
치료하는 동안 그 환자의 시집살이 속에서의 마음고생 얘기를 들어 주고 싶어서 말을 건냇다.
왜냐하면 치료는 잘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시댁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시아버님이 유교 사상이 있으신 데다 지방 공무원이었기에 엄합니다.
체면과 법도를 중요시 여기며 4남4녀를 두셨습니다. 사실은 저는 딸만 셋이고 아들이 없어 죄인처럼 살아왔습니다.
그 얘기를 하자면 한이 없고요. 주위로부터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딸을 잘 키우려 애쓰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맏이라는 것 때문에 희생만 하면서 살아온 내 인생 누가 알아주기나 합니까?
원망과 체념이 섞인 이 말속에 한국여성의 과거가 다 들어 있는 듯 했다.
그 순간 슬며시 필자 자신을 생각해 보았다. 맏이로서, 남편으로서 반성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부인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는 듯했다. 한참 있더니
「괜히 치료와 관련 없는 개인 얘기를 했었나 봐요. 시간을 많이 빼앗았네요.」
부인은 미안해했다. 부인의 말을 듣고 보니 추석 때 집안 분위기의 이유로 신경을 과다하게 쓴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국의 맏동서들은 책임이 크지만 권리도 많겠지요. 동서들이 잘 따르니까.
「글쎄요. 권리랄 게 있나요? 동서들도 성격이 제각기라 융화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이번에도 시어머님의 수술비 분담 문제로 동서들과 티격태격하여 그걸 무마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부인의 얘기를 다 듣고 반 후 한국의 여성으로 특히 맏이로서 경험하는 고뇌와 갈등을 떠올리면서
한국형 가슴않이나 화병(火病)이 한국에 많았던 것도 얽히고 설킨 가족 관계와 무관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하겠다.
가슴(속)앓이란 첫배가 갑자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는 것을 예로부터 일컬어왔던 병명이다.
넓은 의미로는 위경련이나 화병, 담도질환등 상복부경련성질환이
여기에 속하며 지금은 담석증에 대해서 알아보자. 배꼽 윗부분, 주로 명치끝과 위상복부의 통증은
담도에 돌이나 염증이 이유가 되기 쉽다 나라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0%가 담석증을 않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통계보고가 있고 보면
가슴앓이의 상당수가 여기에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담도는 쓸개즙이 간에서 만들어져 십이지장의 윗부분으로 흘러 나가는 관으로 된 길이다.
간 내에서는 가는 관이다가 좌우관이 모여 큰관이 된다음 쓸개주머니를 경유한다.
이어 총담관이 된 다음 췌장에 나오는 관과 함께 소장으로 연결된다.
이 관을 따라 흘러온 물은 쓸개즙은 쓸개에서 농축된 즙이 된다.
돌은 담도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으나 쓸개에서 흔히 생긴다. 쓸개즙의 성분이 담즙산염,
콜레스테롤 그리고 담즙색소(빌리루빈)인 이유로 콜레스테롤석, 빌리루빈석, 혼합석이 생긴다.
담석이 있다고 모두 통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평생 동안 통증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 경우는 초음파나 사진검사를 할 때 우연히 발견된다.
무증상 담석증은 치료나 수술을 당장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음식을 위시한 섭생은 잘 지켜야한다.
담석으로 인한 산통은 돌발적으로 명치끝에서 우측 상복부를 중심으로 발작되며
우측어깨와 우측등 윗쪽으로 가는 방산통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란 담즘이 섞인 내용물을 토하거나 한기가 들고 식은땀이 나며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미루어 본다면 앞서 소개한 부인은 전형적인 담석증 가슴않이를 않고 있었음을 알수있다.
담석산통이 일어나면 조용히 높이고 발열이 있고 담방염증이 있으면 환부에 냉습포를 하며
진통, 진경, 이담시키는 약물을 복용한다. 진정된 후에는 소화조절과 통변이 잘되도록 한다.
지방분이 많은 식사를 즐기거나, 주로 앉아서 일하는 사람, 정신적인 긴장이 계속되는 사람,
임신을 많이 한사람,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담석증에 걸리기 쉽다. 식이요법은 규칙적이며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폭음 ·폭식과 자극음식은 삼가고 지방을 제거한다. 튀김, 뱀장어,
중국요리, 계란노른자 갈은 음식은 산통발작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발작 전후에는 금하도록 한다.
긴장을 푸는 지혜로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관대함 그리고 용서의 마음,
이런 마음으로 균형 있는 식사를 할 때 쓸개즙 대사는 원활하게 되므로 쌓여서 돌이 될 겨를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현재 생기고 있는 돌이라도 부드럽게 하여 녹일 수 있는 특효약이 되어서
복잡한 인간관계로 읽혀 있는 우리를 가슴앓이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다.